오늘은 서울 레스케이프 호텔의 중식당, 팔레드신에 다녀왔습니다.
씨티카드의 씨티 다이닝 프로모션 대상 식당 중에 두 곳을 골라 일주일 간격으로 예약을 했습니다.
식당을 고를 때, 익숙한 이름이다 싶었는데 미쉐린 플레이트(=미슐랭 플레이트)에 선정된 식당이었네요.

 

레스케이프 호텔 내부

레스케이프호텔 층수

서울 중구, 신세계 본점 옆에 자리잡은 레스케이프 호텔의 중식당인 팔레드신은 6층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미쉐린 1스타를 받은 라망시크레도 보이네요.)


레스케이프 호텔은 신세계조선호텔의 자체 브랜드로, 컨셉이 강한 호텔입니다. 뭐라 딱 집어서 단어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과한 컨셉’이 컨셉인 느낌입니다. 럭셔리, 품격 등을 어설프게 추구하기보다 틈새컨셉을 노리기로 한 모양입니다. (이런 것을 부띠크호텔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컨셉이 강한 호텔을 칭하는 용어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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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부터 부띠끄 호텔의 과한 컨셉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겼고, 엘리베이터 한국어 안내 음성에 ‘프랑스어’가 따라 나옵니다. (엘베가 말이 너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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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케이프 호텔의 리셉션이 있는 7층 복도의 모습입니다. 호텔 곳곳에 이런 식으로 크게 꽃장식 해둔 것이 많고, 전체적으로 유럽풍으로 꾸며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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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치향수 브랜드 아뜰리에 코롱의 부스가 있었습니다. 시향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시향 컨셉의 프사도 건질 수 있었습니다.

 

미슐랭 레스토랑 팔레드신 분위기

팔레드신 입구

레스케이프 호텔 6층에 도착해 엘리베이터 왼쪽으로 돌면 팔레드신이 보입니다. 예약자명을 말하고 입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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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분위기는 캐주얼합니다. 그러면서도 레스케이프 호텔의 품격과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 느낌입니다. 모던함과 클래식함을 잘 믹스해서 호텔 전체의 컨셉에 맞는 느낌입니다. 테이블 간격도 넓고 파인다이닝다운 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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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벽면과 집기는 클래식한데, 신기하게도 공간 전체적으로는 모던한 느낌입니다.

 

팔레드신 메뉴

팔레드신 메뉴

씨티카드 다이닝 프로모션은 코스 메뉴가 이미 지정되어있습니다.

팔레드신이 3월부터 5월까지 제공하는 Springs Delicacies(인당 13만원)와 동일 구성입니다.

에피타이저 – 딤섬 – 메인 3종 – 식사 – 디저트의 구성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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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차가 기본으로 제공됩니다.

음료 메뉴에 적힌 다른 차류는 1.8만원에 주문이 가능했습니다.

와인 리스트는 상당히 많았습니다만, 차를 가져온 관계로 패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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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소스, XO소스, 캐슈넛(?) 입니다.

캐슈넛이라고 설명해주셨는데 땅콩이었습니다. (ㅎㅎㅎ)

플라자 호텔의 도원이나 신라호텔 팔선 등에선 짜사이가 같이 나오는데, 같이 안나오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에피타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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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타이저입니다. 왼쪽은 생목이버섯과 해파리 냉채, 오른쪽은 봄나물과 돼지 귀 냉채입니다.

해파리 냉채부터 맛보았습니다.
식감이 아주 좋습니다. 해파리 특유의 오도독 씹히는 느낌과 생목이버섯의 식감을 서로 맞추어서 일체감이 좋습니다. 간장베이스의 소스와 상큼한 맛이 입맛을 당깁니다.

봄나물과 돼지 귀 냉채도 상큼한 맛을 기반으로 맛을 냈습니다.
그런데 순서를 실수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해파리 냉채를 나중에 먹는 게 맛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양쪽 메뉴 모두 산미 기반인데도 기름기가 있어서 중식이라는 인상을 확실히 줍니다.
에피타이저에서 느낀 팔레드신의 첫인상은 편안하고 호불호 없을 맛일 거라는 기대였습니다. 호텔식당답달까요.
그럼에도, 너무 뻔하지 않고 젊은 느낌의 메뉴입니다.

 

딤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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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플레이트인 딤섬 2종입니다. 이번엔 실수하지 않고 메뉴판 순서대로 맛보았습니다.

오른쪽 벚꽃하가우는 맛있습니다. 단순하게 맛있습니다. 딤섬 안쪽이 뜨거울까봐 걱정했지만 딱 먹기 좋은 온도로 제공되었습니다. 얇은 피 안에 국물과 새우가 촉촉하게 들어있습니다.

단순하게 맛있다고 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어느 음식이든 그렇겠지만 딤섬은 특히 외국인이 제대로 만들기 어려운 음식인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맛있는 딤섬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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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구운오리 흑후추 퍼프입니다. 맛있어보여서 찍었는데, 사진으로 다시 보니 왜 무섭게 생겼죠..?
맛을 상상할 수 없는 외관이었는데, 겉의 퍼프가 바스라지며 드러나는 걸쭉한 만두속과 일체감이 높습니다. 상당히 ‘걸지다’는 느낌입니다. 

여담이지만, 이 ‘걸지다’는 느낌은 술에 어울리는 안주를 고르는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특히 막걸리는 입자감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음식의 걸진 느낌과 떼놓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 요리는 향이 강해서 향이 가볍고 대신 도수가 높은 증류주가 어울릴 것 같습니다. (연태고량주…)

여기까지 메뉴에서는 팔레드신은 식감을 중시하는 식당이라는 인상을 받았네요.

 

 

메인메뉴

이제 메인메뉴를 기다리는데, 그러고보니 메인메뉴가 3개나 됩니다. 거기에 식사가 따로 나오네요.

그러고보면 파인다이닝 중식당의 코스는 어떻게 시키든 항상 양이 많았던 기억입니다.

중국 식문화에 양이 적게 대접하면 안된다는 정서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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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메인요리인 사천식 생선 수프입니다.
마라베이스로 국물을 내고, 생선은 뽈락을 썼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2명이 쉐어하는 양이지만 적지 않습니다.

맛을 보니 마라는 생선맛을 살리는 정도로만 썼습니다. 마라탕스러운 느낌은 아닙니다. 생선은 맛이 깔끔하긴한데 뽈락 특유의 향이 나지 않네요. 뽈락 매니아에겐 오히려 아쉬울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고추가 잔뜩 들어있는 비주얼에 비해 맵진 않고, 굉장히 스파이시(향신료)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으로 어우러지게 만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잘만든 음식이고 맛은 있지만, 기억에 남을 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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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는 중에 채소요리가 나왔습니다. 마늘 굴소스 베이스의 제철야채 볶음입니다. 공심채와 채심을 볶았네요.

저에게 중식의 ‘볶음’은 무한신뢰입니다.
특히 채소볶음은 한국사람들은 주문을 잘 안하지만, 저는 중식당에 들르게 되면 일행에게 주문을 설득하는 편입니다. 맛집인 중국집에 가면 항상 메뉴에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채소도 잘 볶으면 고기스럽게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맥주 안주로 딱이니 언젠가 드셔보시길 추천합니다.

 

채소 요리 한 입 먹었을 즈음 볶음밥과 등심구이가 같이 나옵니다. 세개의 메인요리와 식사가 함께 깔려서 마치 한상차림 같은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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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식으면 아쉬울 것 같은 등심구이부터 맛보았습니다. 벚꽃나무 훈연 2+ 한우 채끝 등심입니다.

이름에서 전달되는 그 맛의 이미지 그대로입니다. 훈연향이 가득하고, 육질에 고소한 기름기가 많고 매우 부드러워 끊어먹기 쉬울 정도입니다.

함께 나온 참깨베이스 소스인 지마장을 살짝 얹어 먹으면 훈연향, 소고기 지방맛, 소스의 풍미, 식감이 혼연일체가 됩니다.

창의성, 예술성 같은 것을 떠나서 확실하게 임팩트가 있는 맛이었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없어지는 게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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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로 나온 메뉴는 비취 트러플 해산물 볶음밥입니다.

첫 입 먹고 나서 한 코멘트는 딱 이거였습니다.

“윽? 트러플? 왜?”

트러플은 향 중에서도 아주 존재감이 강한 향입니다. 볶음밥 내에서도 어우러지지 못했고, 다른 음식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트러플이 한국에 유행이라 아무 음식에 넣고 팔고, 그럼에도 트러플 맛이 난다는 이유만으로 호평받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파인다이닝에서 동참할 줄은 몰랐습니다. 실책에 가까운 메뉴였다고 생각합니다. 최대의 아쉬움이었네요.

(반전?)

그렇게 먹던 중에 생선요리를 국물없이 생선만 집어먹게 되었는데, 아차 싶었습니다. 

건더기만 먹으니 훨씬 맛있었습니다. 사실은 생선의 맛을 최대한으로 살린 요리였는데, 국물과 함께 먹는 바람에 그 맛이 가려진 것입니다. 오늘따라 실수가 많네요.

중국 음식은 국물까지 먹으라고 국물이 나오는 게 아니다라는 말은 알았지만, 국자를 주고 설명이 없다보니 국물과 함께 먹게 되었고, 국물이 부드럽게 마무리가 되어있다보니 그 스파이시함이 재료 맛을 누르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음식을 다 먹어갈 즈음에 알게 되서 좀 아쉬웠습니다.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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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디저트인 벚꽃 탕위안입니다.

벚꽃을 형상화한 모습입니다. 부드러운 쌀떡 안에 송편같은 참깨 고명이 들어있고, 아래 국물은 꿀물 베이스로 만들어졌습니다. 꿀향과 자두향이 함께 났는데, 마치 쥬시쿨이 떠오르는 향이었습니다. 만족스러운 디저트였네요.

 

 

팔레드신 총평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레스케이프 호텔의 분위기도 좋았구요.
미슐랭 플레이트 받기에 부끄럽지 않은 식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식사 경험 측면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서비스 차원에서 배려가 섬세하지 않다는 인상이었는데요.

  • 기본적인 서빙 속도가 다소 빠른데, 천천히 즐기고 싶다면 미리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봄나물, 벚나무 훈연, 벚꽃모양 디저트 등 요리 전체적으로 봄의 계절감을 살린 느낌인데 설명이 없다보니 모르고 지나갈 뻔했습니다.
  • 식사 중에 먹는 순서나 방식을 틀리는 일들이 생겼는데, 이런 부분은 어찌 보면 제 잘못이기도 하지만 식당 측에서 신경을 쓸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이쯤되는 가격의 파인다이닝이면, 생선요리를 예를 들자면 먹지 않는 게 나은 고추, 각종 향신료 건더기나 국물을 걸러내고 고객에겐 먹을 부분만 제공하는 게 보통일 듯 하네요.

하지만 음식의 수준 자체는 정가 기준(인당 13만원)으로도 손색이 없는 음식이었습니다.

레스토랑의 방향성이 레스케이프 호텔의 컨셉과 잘 어우러졌습니다.
전체적으로 파인다이닝치고 특히나 중식인데도 불구하고 고객 연령대가 젊었고, 데이트하기에 괜찮은 식당 같다는 인상이었습니다.

향후 기회가 있다면 재방문해보고 싶은, 좋은 저녁 경험을 준 식당이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웨스틴조선호텔의 프렌치 레스토랑인 나인스게이트 방문 후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